파리의 농부들
이창우 / 한국도시농업연구소장
파리퀼퇴르(Parisculteurs)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파리퀼퇴르는 프랑스 수도 파리의 도시농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2014년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Paris와 Agriculteurs를 합친 단어로, ‘파리의 농부들’이라는 뜻이다. 준비기간을 거쳐 2016년 공모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인구 200만 파리시는 면적이 105.4㎢로 서울시의 1/6에 불과하다. 좁은 면적 탓에 경작할 공간이 거의 없어 보인다. 게다가 중심부의 건축물 다수가 역사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 옥상텃밭 조성 역시 쉽지 않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파리시 도시농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파리퀼퇴르에 대한 궁금증을 이 글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이 글은 파리퀼퇴르의 운영방식과 의의를 설명하고, 10년의 성과와 한계를 정리한 뒤, 대표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도시농업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한다.
파리퀼퇴르의 운영방식과 의의
파리퀼퇴르는 버려진 공간, 옥상, 벽면 등 도시의 틈새를 활용해 도시농업을 확산시키려는 파리시의 대표 정책이다. 파리퀼퇴르는 2016년 시즌 1을 시작으로 시즌제 공모를 기본으로 운영되고 있는데(2023년부터 시즌 5 진행 중), 운영 방식은 다음과 같다. ① 파리시는 이용 가능한 부지 목록(옥상, 빈터, 공공건물 벽면, 학교 등)을 공개한다. ② 도시농업을 하고 싶은 조직이나 기업, 시민단체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한다. 사업 대상은 버섯 재배, 허브·꽃 재배, 옥상 양봉, 교육 텃밭, 레스토랑 식재료 공급 등 다양하다. ③ 심사를 통해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계획을 선정한다. 선정된 단체는 특정 기간(보통 3~6년) 동안 공간을 사용할 수 있고, 파리시로부터 기술·행정 지원을 받는다. 심사과정에서 지속가능성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화학비료 최소 이용, 빗물 재활용, 생물다양성 증진, 지역 생태계 보호와 같은 환경기준 충족이 필수다. ④ 2025년부터 상시 공모로 전환했다. 프로젝트 제안자가 원하는 시점에 언제든지 신청할 수 있도록 연중 상시 공모 플랫폼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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